2년간 '정부 돈줄' 끊긴 韓국부펀드…"운용 경쟁력 약화 우려"

입력 2024-01-07 18:35   수정 2024-01-08 01:20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에 대한 정부의 신규 운용자금 위탁이 2022년부터 작년까지 사실상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를 팔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데다 세수 부족을 막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20조원을 동원하면서 신규 위탁 여력이 바닥난 까닭이다.

일각에선 경쟁 국부펀드들이 막대한 재정 지원을 무기로 글로벌 알짜 자산 확보에 나선 상황에서 KIC는 신규 투자 종잣돈이 끊겨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기획재정부와 KIC에 따르면 2022~2023년 KIC의 신규 위탁액은 5억달러에 그쳤다. 2022년엔 2005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신규 위탁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작년엔 일본과의 관계 회복 차원에서 발행한 엔화표시 외평채로 조달한 700억엔(약 5억달러)을 받은 게 전부다. KIC는 그동안 정부마다 매년 평균 적어도 40억~50억달러, 많게는 110억~120억달러를 신규 위탁받았지만 최근 2년간은 ‘돈줄’이 끊긴 셈이다. KIC는 출범 초기인 노무현 정부(2006~2007년)에서 148억달러를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2008~2012년)에서 352억달러, 박근혜 정부(2013~2016년)에서 450억달러를, 문재인 정부(2017~2021년)에서 221억달러를 위탁받았다.

2022년부터 글로벌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외환당국이 작년까지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풀어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KIC는 기재부와 한은으로부터 보유 외화를 위탁받아 운용한다. 2021년 말 4631억달러에 달한 외환보유액은 작년 말 4201억5000만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세수 부족도 KIC의 또 다른 돈줄인 외평기금을 마르게 했다. 기재부는 작년 세수 결손이 54조원에 달하자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된 외평기금에서 20조원을 끌어와 이를 메우는 조치를 했다.

금융계에선 외환시장 변동 등에 영향을 받는 불안정한 위탁 구조가 KIC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장기 투자자인 국부펀드와 연기금은 신규 위탁금 확보 여부가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핵심 요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규 종잣돈이 있어야만 해당 시점에 가장 저평가된 자산을 적기에 매입할 수 있다”며 “투자 여력이 큰 기관에는 글로벌 IB들이 우량 자산을 선제적으로 들고 가는 시너지도 난다”고 말했다. KIC 관계자는 “새로 투자할 ‘실탄’이 많은 곳에 우량 투자 건이 몰리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KIC 재원 확보 수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NBIM과 중동계 국부펀드는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 개발 수익을 재원으로 활용한다. 싱가포르 GIC는 외환보유액 외에 공공연기금 자금, 정부잉여자금 등을 재원으로 쓰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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